북해도. 북해도를 향하게 했던 애니들

작년 요맘때 회사를 그만두고 꼭 가고 싶었던 북해도를 다녀왔었습니다.

뭐 아이누 취재라는 거창한 명목까지 갖다 붙였지만, 큰 맘 먹고 회사를 갈아탄 직후라 이래저래
심적으로 복잡했던 시기였기도 합니다. 주 업종을 바꾸면서 한번 자신을 속부터 뒤집어 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여행은 좋은겁니다. 암.

비에이에 도착한 날은 사실 시즌은 아니었습니다. 북해도에서도 가장 볼 거 없는 계절이랄지.
그래도 덕분에 싸서 여행이 성립될 수가 있었죠. 날씨가 많이 흐리고 소나기가 오고 추웠지만
비에이의 넓은 언덕과 하늘이 너무도 시원하고 아름답더군요. 그랜드 캐년같은 스케일은 없지만
 여러모로 낭만적입니다.

잠시 구름 층이 얕아졌을때 찍은 '설 익은' 옥수수밭 전경입니다.



이곳은 최근 '마법사에게 소중한 것' 2기의 주인공 소라의 고향으로 나오기도 했죠. 포토 리터칭으로
짐작되는 실사에 가까운 배경과 얼핏 대충 그린듯 보이는 캐릭터로 독특한 분위기가 나기 때문에
사람들 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하지만 코바야시 오사무 감독의 이러한 독특한 부분이
저는 마음에 아주 드네요. 아직 완감을 하진 못했습니다만 -_-;




비에이의 시원스럽게 터진 언덕길은 자전거 하이킹으로 아주 유명하죠. CF 배경으로도 많이 나오고
후라노와 더불어 아사히카와 주변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삿포로시 중앙공원인 오오토리에 있는 시계탑입니다. 매년 겨울 눈 축제 장소로 유명한 곳이죠.

사실 저에게 있어서 훗카이도 라는 지명이 처음 의미를 갖게 된 것은 물론 '사무라이 쇼다운'
의 나코루루를 만나면서 입니다. 그러나 1999년에 나왔던 Noochi 씨의 일러스트를 전면에
내세운 '북으로' 게임을 플레이 해보면서 완전히 낚이게 되었다고 할까요? 



사실 게임을 클리어하지는 못했습니다만, 04년에 나왔던 '북으로 ~ Diamond Dust Drops'
를 보면서 이번엔 정말로 열폭해 버렸죠. 분명 처음에는 이쁜 일러스트에 끌린게 사실이지만 
북해도의 갖가지 배경 위에 펼쳐진 담백하면서도 감동적인 옴니버스 스토리에 푹 빠졌습니다.

특히 OST 를 추천할 만 합니다. 테마는 사실상 둘 뿐이고 약간은 올드 스타일의 곡들입니다만
멜로디 라인의 인상이 강렬하고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져서 감동을 증폭시킵니다. 개인적으로
작붕이 가장 심했지만,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추억을 이야기 한 10, 11화가 가장 좋았습니다.


이외에도 북해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Figure 17 츠바사와 히카루' 가 있습니다. 타카하시
나오히토 감독과 치바 유리코 작감의 유명한 콤비에 고바야시 시치로 배경이 완벽히 조화된
수작입니다.
 

 편당 40분으로 2주에 한번 방영이 된 작품
으로 솔직히 스토리의 용두사미가 심했습니다.
SF 적인 부분은 좀 과하면서 어울리지 못했고
끝에서 맥빠진 기자 캐릭터도 마이너스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방영 후 인기가 적자 서둘러
종영하는 통에 그런 애매한 마무리가 되어
버린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4화 정도에서 나왔던 동급생 아이자와의
피아노 연주신과 8화에서 쌍둥이가 다투고
후회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특히 8화는 오리카사 후미코씨와 야지마
아키코씨의 연기가 가슴을 저리게 하죠.

꽤나 올드 밴드인 ALFEE 가 맡은 OST도
인상적입니다. 단순하지만 북해도의 전원이
떠오르는 멜로디 라인은 '북으로' 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까요? 엔딩곡인 Fairy Dance
도 오랫동안 mp3 에 담아 다녔습니다.

고바야시 시치로의 배경은 역시 명불허전.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가 보여주는 자연에 대한
고찰이 배경 하나하나에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한장 한장 찍어서 걸어두고 싶을 정도죠.

하지만 치바 유리코 씨의 귀여운 캐릭터와 동화 연출도 빛납니다. 개인적으로 치바 유리코야 말로
일본식 그림체 중 담백한 면에서 가장 완성도가 있는 캐릭터 디자인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플라네테스나 브레이브 스토리 등에서 진화된 그녀의 그림을 볼 수가 있죠.


어쨌거나 애니든 영화든 일본에서 북해도가 갖는 이미지는 왠지 모를 몽환적인 자연에 가깝습니다.
마치 달력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선명한 사계의 이미지들로 점철되어 있달까요? 왠지 모를 인공적인
위화감도 약간 풍기지만 그래도 복잡한 도심으로 돌아와 떠올려 보면 다시 꼭 가고픈 여유롭고
아름다운 자연이 가득한 곳입니다. 아마 더더욱이나 일상이 좁고 복잡할 일본인들은 그런
감성을 더욱 느끼겠죠.

기회가 된다면 겨울의 북해도를 꼭 가보고 싶습니다. 오타루항도 명성대로 낭만적이어지만 좀 더
사람의 발길이 적은 동쪽의 구시로 습지나 아이누와 곰의 땅인 시레토코를 목표로 하고 싶군요.

 북해도는 젊은이들의 자아찾기 코스로 유명하다던데, 그 넓은 하늘을 보고 있으면 정말 공감이
갑니다. 지금도 '하니와 클로버'중 타케모토 자전거 여행편을 보며 아련한 감동에 다시금 젖곤 합니다.

하지만 이제 환율이 올라서.. OTL
항상 현실은 시궁창이군요. T.T

by 낭인 | 2008/10/10 01:16 | 매체잡평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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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주연 at 2008/10/10 01:17
저기가 옥수수 밭이란 말이죠? 이야..멋지다.
Commented by 썰렁황제 at 2009/04/21 23:29
플라니테스가 치바 유리코씨 작품인 건 오프닝 신경쓰다 옆모습 보고 간신히 알아챘다.

그나저나 그리운 작품들 이름이 몇몇 지나가는구만. 'Figure 17' 이라든가 '북으로' 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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