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12일
IT 엘리트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
사회에는 언제나 엘리트 계층이 있다고 한다.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서 그만한 일과
그만한 댓가를 가져가는 사람들을 엘리트라고 할 터- 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이 한국사회에서 엘리트에 걸맞는 책임과 권리를 누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한테 있어서 엘리트의 정의는 좀 다르다. 엄밀히 따지면 식자층- 혹은 고학력층
이라고 부르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회적 통념상으로 평균이상으로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 혹은 대학원을 졸업한 자를 나는 즐겨 엘리트라고 부르곤 한다.
한국의 공학도 - 특히 SW 분야에 있어서 엘리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KAIST, 포공
서울대, ICU.. 듣기만 해도 어려워보이는 간판을 달고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학술활동과 어려운 연구활동을 거쳐 석박사 학위를 단 사람들이겠지.
요 몇년간 이런 사람들을 삼성이나 LG, 티맥스 등의 각종 연구조직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다들 머리도 좋고 빠릿하고 눈에도 총기가 돈다. 소위 재원들이다. 자신감도
있고 페이를 잘받아서인지 윤기도 흐른다. 알콜과 골프에 절은 영업들이나 '의사소통
능력' 에 대부분의 모든 것을 기대는 엔지니어들과는 사뭇 달라보인다.
부럽다고 생각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나도 학위 쪼가리를 받기는 했지만 그건 제대로
된 경험과 연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자가 분석에 면죄부를 조금 붙여주자면, 당시의
IT 대학원들 대부분이 허상에 가까운 기술에 허덕이며 변화하는 추세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고 회고해 본다.
그건 70년대 생이기 때문에 필연적인 것이었을까? 솔직히 무엇인가가 크게 부족한 것이
었겠지. 그래, 근본적으로 동기가 부족했다. 시야도 부족했지만 그게 젤 큰 것이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했어도 지금 상당히 다르게 살고 있지 않았을까?
난 우리 세대를 과감히 IT 분야의 샌드위치 세대라고 부르고 싶다. IT 붐을 아슬아슬하게
타야했고 기술의 변화를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지금 수많은 학생들에게 열려있는 '변화된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닌 현장의 시행착오를 통해 익혀야 했다. 그리고 어렵게 익힌 기술이
빠른속도로 쉬워지거나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와중에 선행을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변화의 주도에 설 수 있었지만 변두리에 서야했던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정체상태에서 나이를 먹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배워서 큰 바로 아랫 세대와 정면으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입학 시절에 나는 486을 썼으며 DOS 로 컴퓨터를 배웠다.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삐삐와 유선전화의 조합으로 이루어졌고 모든 문서는 종이로 읽는데 익숙했다.
나와 5년 차이도 나지 않는 젊은 친구들(?)은 다르다. Windows GUI 에 익숙하며 디지털
컨텐츠의 공유와 핸드폰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다.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나보다
더 컴퓨터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바로 몇년전에 내가 겪었던 발전기의 Weird 한 경험들 - 이념의 끝자락과
기술발전이 가져온 의사소통 수단의 근본적인 변화, 사운드카드 드라이버 설정을 위해
밤을 새던 경험-을 들려주며 마치 내가 다 늙은 노인이 된 듯한 기분을 절절히 만끽한다.
나의 세대의 IT 엘리트 들은 다들 어디에 있을까? 어딘가의 연구소에 다들 있겠지. 그들은
새롭게 성장하는 엘리트들과 어떤 관계를 가지게 될까? 솔직히 난 우리 세대의 엘리트들에
대해 절망해 왔다. 이루어놓은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세대를 보면서 희망과 걱정을
동시에 갖는다. 희망은 이 사회에 대한 희망이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그들이 획득하는
기술력이 분명 얕지 않을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아마 그들은 우리 세대 ( 혹은 나만이 )
가 빠져있었던 뿌리 깊은 기술의 부재와 그로인한 절망 - 을 갖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생존권이 위협받음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과연 나는 그들과 당당히
마주볼 수 있을것 인가? 단지 내 밥그릇을 챙기는 것만이 아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게 될까? 내가 갑자기 삭아버린 노인이 아님을 입증 할 수 있을까?
게으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나의 성격에 나도 실소가 나오는구나. -_-;
# by | 2008/05/12 22:39 | 신변잡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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