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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8월 21일
![]() ![]() ![]() 지적인 옆모습. 2008년 07월 28일
애니나 만화에 미쳐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일본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고교와 대학 초기에 사무라이 사극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고 - 솔직히 찬바라 씬만 나오면 다 보았다고 하는게 맞겠다 - 이후 기타노 다케시라는 명 감독을 만나 그의 맘속 깊이 허무함이 스며드는 작품들 - 하나비, 소나티네 -에 빠져들게 되었다. 물론 많은 우리나라 영화팬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각인되어 있는 선호되는 일본영화 장르들 - 예쁘장하면서도 담백한 멜로, 성장물, 혹은 만화적인 코믹물 - 역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나에게 있어서 가장 밑바닥에 깔린 일본영화는 사극과 기타노 타케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번주 주말인가, 우연히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 뿌리기 좋아하는 상관 덕택에 종종 예상치도 않은 문화적 충격을 받곤 하는데 이번이 바로 그 좋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제목부터 참 난해하다. 영화 내용은 네타가 될 터이니 논하지 않는다. 감상을 해보게 되면 물론 사람들마다 평이 갈리겠지만, 나는 이 영화의 힘이 정말 멋진 시나리오와 그의 바탕이 된 원작에 있다고 생각한다. 감상 직후 검색을 시작했고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가 최근 몇년간 국내에서 불고 있는 일본소설 붐에서 빠질 수 없는 작가란 점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서점에 갔으며 그의 대표작이라는 '마왕' 을 주저없이 사서 돌아왔다. 지루하게 파견 중인 가산동을 왕복하는 길고 긴 출퇴근 전철 속에서 한페이지씩 읽어가는 '마왕'의 재미는, 결론적으로 말해서 정말 쇼크에 가까웠다. 별스런 능력을 가지게 된 평범한 사회인 형제가 악(?)에 맞서 싸운다는 독특한 소재에서 끌어낸 재미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파시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정말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메시지를 깊숙히 남겨준다. 특히나 2008년 상반기를 겪고 있는 한국사람이라면 정말 곱씹어 볼 만한 이야기가 전개 된다. 만약 나와 비슷한 혼돈의 감정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이 책을 잡게 되었을때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간결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부드러운 문체.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움. 문장을 소화하면서 그 리듬에 나의 감정이 춤을 춘다. 이 작품이 그만큼 잘 썼다고 생각하게 된 소박한 이유 한가지 있었다. 이 책을 잠시 보여준 두명의 지인 모두 동일한 반응 - 재미있다 - 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한마디가 있다. "검색이 아닌 사색을 해라". 앞뒤 문맥 없이 문장만 읽으면 그저 '기억해야 할 지침' 정도의 문구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소화해 나가면서 만나게 되는 이 문장이 뿜는 파워는 정말로 압도적이다. 이사카의 세련되면서도 강렬한 글솜씨가 뇌리 깊숙히 각인되어 떨어지지를 않는다. 여하튼 난 명실상부 이사카 코타로의 팬이 되었다. 마왕을 완독하자 마자 서점에서 그의 출세작이라는 '사신 치바' 를 사 들고 왔다. 또 어떤 재미를 줄라나? 절로 기대가 솟구친다. 어쨌거나 또 읽어야 할 책이 늘고 말았다. 하지만 행복한 고민이겠지? 누구든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꼭 집오리와 들오리와 코인로커 영화는 꼭 한번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부천영화제 개막작으로 나왔다고 하니 DVD 발매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지. |